“창고정리”
길을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의 무더위가 지난 한 주간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월요일에 갑작스런 소나기가 한시간여동안 집중적으로 쏟아졌습니다. 얼마나 물줄기가 세던지 금새 도로와 주변이 물바다가 되었습니다, 교회에도 본당 옆쪽에 있는 창고에 물이 들어왔습니다. 급히 펌프를 동원해서 물을 퍼냈지만 퍼내는 양이 쏟아지는 양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창고 바닥의 나무판은 이미 둥둥 떠다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오신 분들과 함께 바닥 물을 퍼내는 응급조치만 긴급하게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본당까지는 물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오전에 비에 젖은 모든 짐들을 들어냈습니다.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박스를 뜯어서 물건을 꺼내고 말리고 바닥을 쓸고 닦아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한번 물에 젖어 버린 물건은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창고의 역할은 다음에 사용할 물건들을 보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교회 행사에 필요한 것이나 부서의 물품들입니다. 여기에 고장난 물건들과 박스등 온갖 잡동사니는 모두 창고에 모입니다. 필요 없는 것들은 즉시 버리도록 하지만 잘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특별히 화재 안전을 위해서 비닐을 비롯한 화학성 제품이나 불에 잘타는 박스 같은 종류는 별도의 장소에 보관합니다. 일단 물건이 창고에 들어가면 먼지가 쌓이는 것뿐만 아니라 습기 때문에 곰팡이도 끼고 녹이 슬기도 합니다. 플라스틱을 제외하고 웬만큼 잘 보관하지 않으면 다시 쓸 수 있다는 보장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침수를 계기로 덕분에 창고정리를 대대적으로 한 것 같습니다. 작은 트럭 한대 분량의 쓰레기를 처리했습니다. 이미 치워야 할 것들을 조금 아껴보겠다고 모아놓은 것과 진즉에 버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으름 때문에 버리지 못한 것들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도 창고와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음을 정리해 놓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오만가지의 생각들이 우리를 괴롭힙니다. 때로는 정리가 되지 않은 채 내 안에서 뒹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버릴 것은 버리고, 다음에 사용할 것은 다시 정리하는 깨끗한 마음의 창고정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