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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기 목사님께서 소개한 안양은광교회의 최미순 목녀
작성자
  정영섭  Mail to 정영섭
Date : 2014.05.25 11:42, View : 3062 

저는 가모티스목장을 섬기고 있는 목녀 최미순입니다. 11년 전 교회가 가정교회로 전환하며 목사님의 말씀이라면 거절하지 못하는 남편이 목자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목녀가 되었습니다. 가정교회가 뭔지도 전혀 모르는 목녀가 된 것입니다.

 

당시 저는 목녀 사역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습니다.

 

전 20여 년 전 아들, 지명이를 낳은 후 백일 만에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하루 아침에 온몸이 굳어 버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27살의 아기엄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백일밖에 안된 아들 지명이는 제 손을 떠나 여러 교우님들의 손에 맡겨졌고, 저는 친정엄마의 손에 맡겨져 생리적인 일까지도 어머니의 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끔찍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그에 대한 답은 얻을 수 없었고, 결국 ‘정말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정확히 무슨 검사인지도 모를 검사를 매일 같이 받고 또 받았습니다. 마침내, ‘다발성경수 척수염’이란 진단을 받은 후 다행스럽게도 치료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발가락이 움직여지더니 서서히 몸의 마비가 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회복의 기쁨도 잠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에 한번 또 다시 마비 증세가 찾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독한 호르몬 약을 먹어서 얼굴은 찐빵처럼 부풀어 있었고 걸음걸이는 중풍 걸린 사람마냥 절뚝거리며 발을 질질 끌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시장이나 은행만 다녀와도 그날은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서 퇴근하는 남편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많은 교회 성도님들께 보살핌을 받고 항상 걱정스런 얼굴로 인사를 받는 그런 사람이 되었습니다.

 

무기력한 삶 가운데 교회까지 멀리 있어 일주일에 한번 주일예배 다녀오는 게 전부였던 신앙생활. 어쩌다 주중에 교회에 특별한 행사가 있어서 다녀오면 아픈 사람이 멀리서 힘들게 왔으니 알아달라고 은근히 생색도 많이 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이 목녀가 된 것입니다.

 

목장이 뭔지도 모르는데, 이름도 생소한 목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10명이 넘는 남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 밥을 해서 먹여야 하는 힘든 일도 같이 닥쳤습니다. 우리 세 식구 밥도 겨우 해먹고 사는 형편에 매주 목장모임이 있는 날이면 청소하고, 시장보고, 하루 종일 음식준비하고, 그야말로 매주가 고난주간이었습니다.

 

막상 모임시간이 되면 손 하나 까딱하기도 힘들어서 모임 하는 것조차 귀찮았습니다.  사랑이 없는 밥상, 감동이 없는 섬김, 억지로 짓는 웃음…. 그런 시간들이 한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당연히 목장모임은 재미가 없었고, 모임이 끝나고 나서 우리 부부는 자주 싸웠습니다. 

 

당시 우리 집이 교회와 좀 많이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이런 목녀인데도 감사하게도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거의 모든 목원들이 봉고차 한 대로 목장모임에 와주었습니다. 어리석은 목녀라 하나님께서 성숙한 목원들을 붙여주셨던 것 같습니다. 힘들어도, 하기 싫어도, 돌아보니까 지금까지 평신도세미나 참석 때 빼고는 한 번도 목장모임을 빠진 적이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목장모임을 시작한지 2년이 되어갈 즈음, 막연했던 가정교회를 알고 싶어 평신도 세미나를 참석했습니다. 처음으로 목장의 목녀 자리를 내려놓고 2박3일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처음으로 우리 목원들이 얼마나 눈물 날 정도로 보고 싶은지! 내가 얼마나 목원들에게 못했었는지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기하게도 하나님께서 2박3일 동안 묵었던 집의 목녀가 꼭 저 같은 사람이어서 내가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 그 목녀님을 통해 보여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래 이젠 제대로 한번 해보자. 어차피 할 거면 이라는 결심을 했습니다. 의무감이 아닌 사랑으로, 진심으로 목원들을 대하고 다가갔습니다.

 

목원들을 위해 필요할 것 같아 평신도 세미나를 다녀오자마자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그동안은 상상도 하지 않았던 운전을 목원들을 위해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동안 제가 해왔던 일 중에 가장 잘한 일 중의 하나가 운전을 배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전을 함으로써 목원들의 필요를 많이 채워 줄 수 있되었습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목녀의 일을 감당하기로 결심하자 남편과도 목장으로 인한 싸움도 없어졌고, 집안일도 즐거움으로 하다 보니 아파서 드러눕는 일도 차츰 줄었습니다. 목원들도 목요일이면 아무리 직장에서 늦게 끝나도 목장으로 달려 와서 얼굴이라도 보고 늦게 까지 먹고 이야기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목녀가 바쁘면 목원들이 먼저 저희 집에 와서 쌀을 씻어 밥을 하고 라면을 끓여 저녁상을 차리기도 하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주중에도 만나 밥을 먹고, 주말엔 만나 시장을 보고, 여름휴가 날짜를 모두 맞춰 휴가를 매년 같이 다니기도 했습니다. 무릎 튀어나온 추리닝에 세수도 안한 얼굴로 아침을 함께 먹으며 우린 그렇게 가족이 되어갔습니다.

 

목장모임 속에서 나누며 함께 기도했던 제목들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100퍼센트 응답받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공유 했던 기도들이라 응답되면 전화 흥분한 목소리로 자랑을 합니다. 마치 내 문제가 해결된 듯 모든 목원들이 함께 축하해 주고 기뻐해주는 목장이 되었습니다. 목장 식구 가운데 멀리 제주도로 이사도 가고, 뉴질랜드로 이민도 가고, 아쉬운 이별도 있었습니다만, 가족이었기에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서로 연락하고 궁금해 하고 보고 싶어 합니다.

 

지금 우리 목장엔 저희 부부를 포함해 12명의 가족이 있습니다. 그중엔 목자 목녀와 나이차이가 12살 이상 나는 젊은 부부도 3팀이 있습니다. 새로운 젊은 사람들과 적응하고 맞춰가는 과정들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세대차이라고 해야겠지요. 젊은 아기 엄마들은 처음 목장에 와서 거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남편 눈치 보랴, 아기 돌보랴, 나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모임은 한 번도 빠지질 않고 와줘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남편의 퇴근이 늦는 날이면 혼자 아기를 들쳐 업고 택시타고 목장에 오는 것이었습니다. 출산일이 1달도 안남은 임산부 목원은 남편이 해외출장중이라 혼자라도 목장모임에 오겠다고 만삭의 몸으로 전철을 타고 오는 모습을 볼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목장을 하면서 제일 힘든 것은 목원들이 별 이유 없이 목장에 연속해서 참석하지 않을 때입니다.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걱정도 되고, 화도 나고, 괘씸하게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무작정 먹을 걸 사들고 집으로 찾아 갑니다. 오지 말라고 하는 목원이 있으면, 집 앞도 아니면서 집 앞이라고 무조건 쳐들어 갈 때도 있습니다. 


지난번엔 목녀가 찾아 가서 그집 남편이랑 거실에서 2시간이나 얘기하는데도 부인되는 목원은 방에서 나와 보지도 않았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고 상처가 됐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그 집 남에게 괜찮다며 끝까지 하소연을 들어주다 보니 2 시간이 지나 바깥이 어두워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의 나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며칠 뒤 그 여자 목원에게 같이 점심먹자며 전화가 왔습니다. 점심을 사면서 그날 너무 죄송했다고 사과를 하면서 자기 힘든 걸 풀어 놓았습니다. 점심 먹으면서 2시간동안 듣고 듣고 또 듣고.. 막내 동생 같아서 타이르고 조언하고 그랬더니 나중엔 고맙다며 노력해 보겠다고 합니다.

 

작년 12월 목사님께서 목원들과 말씀으로 2014년을 준비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고민 끝에 목원들과 잠언을 하루 한 장씩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월1일부터 31일까지 하루 1장씩 읽으니까 딱 맞아떨어지더라고요. 새벽에 제일 먼저 단체 카톡방에 잠언 한 장씩을 올렸습니다. 묵상하고 느낌들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은 함께 나누는 등 정말 말씀과 함께한 12월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나 어떤 목원들을 스팸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는 생각도 했습니다. 

 

1월이 되자 또 다른 성경을 읽자고 해야 하나 망설이다가 그만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예전엔 까칠했던 한 목원이 목녀님 왜 말씀 안올리느냐고 올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날부터 다시 말씀과, 이젠 찬양 한 곡까지 새벽에 올리고 덕분에 말씀으로 묵상하고 찬양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우리 목장 카톡 방엔 말씀과 찬양과 나눔이 있습니다. 일주일 내내 카톡 방을 통해서 나눔을 합니다.

 

우리 목장에 와서 결혼 후 처음으로 집을 사고, 직장에서 승진을 하고, 건강한 아기를 낳고, 깊은 슬픔 가운데 위로를 얻고, 이런 것이 목장식구들이 한 마음으로 기도해서 얻어지는 응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목장 식구들이 내어놓은 기도의 제목들이 하나씩 하나씩 응답되어질 때 정말 내일처럼 기쁘고 목자 목녀를 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나는 우리 목장식구들이 정말 좋고, 사랑스럽고, 또 자랑스럽습니다.

 

처음 목장 할 때부터 함께 있었던 든든해서 의지할 수 있는 기둥같큰언니같은 목원부터, 어떤 고민이라도 다 털어놔도 새어나갈까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 아주 친한 친구 같은 목원, 생각만 해도 든든하고 머리까지 똑똑해서 집안의 모든 일들을 맡겨도 걱정이 없을 것 같은 남동생 같은 목원 부부, 항상 걱정돼서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은 막내 남동생 같은 목원부부, 뭘 해도 예쁘고 사랑스럽고 기특해서 칭찬해주고 싶은 막내여동생 같은 목원부부, 버릴 수도 없고 얘를 어찌해야 할까 답답하고 안타까운 목원까지. 부족한 목녀는 이런 목장식구들이 있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저는 아직도 몸이 좋지 않습니다.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니라 지금도 주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서 약을 받아오고 1주일에 반은 호르몬제를 먹어야 생활할 수 있습니다. 면역력도 약해서 감기나 독감도 조심해야합니다. 뼈도 약해서 골절도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목녀하기 직전 아들의 2학년 겨울방학을 마지막으로, 그렇게 자주하던 입원을 목녀가 된 이후엔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요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한참을 걷는 것도 힘이 듭니다. 작년에 등뼈의 골절로 수술을 하고 난후 더 행동하는 것이 부자연스럽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정쩡하고 질질 끄는 걸음을 보고 다리 다쳤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그래도 목장의 일이라면 어디서 힘이 생기는지 그 몸을 이끌고 할 일은 다 해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고 섬기고 사랑할 수 있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요즘은 더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목장식구들을 위해 밥을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심으로 아파하며 기도해주는 것이 제가 사는 길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며칠전 어떤 예비목녀가 분가를 앞두고 목자목녀사역이 인내와 희생이 따르는 고난의 길이라 눈물밖에 안나온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목자목녀는 절대 고난의 길이 아니며 누구에게도 빼앗길수 없는 축복의 길이라고 권면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목녀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특별히 주신 축복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나를 하나님께서 사용하여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목녀를 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날까지 우리 목장식구들을 위해 밥을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랑해주고 기도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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